쇼핑몰의 전신 ① 아케이드(Passage)와 군중 : 천장이 덮여 있는 도시
1.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이 생기기 이전까지의 쇼핑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장소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제 활동인 동시에 유사 이래로 인간 사회의 중요한 공공활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쇼핑의 장소는 이러한 거래의 행위가 한 장소에 집약되어 보다 폭 넓은 관찰 및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쇼핑 장소의 기원은 기원전 7,000년경의 차탈회위크(Çatalhöyük)의 도시 유적에서 발견된 장소의 흔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로 줄곧 (쇼핑을 위한 거대한 단일 공간이 탄생하기 전까지) 쇼핑 공간은 도시의, 광장과 거리의 일부분이었고 그 모습 그대로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아케이드는 사치품 판매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아케이드를 꾸미기 위해 예술은 상인들에게 봉사하게 되었다... 천장에서 빛을 받는 아케이드의 양측에는 극히 호화스러운 가게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 아케이드는 하나의 도시, 축소된 세계가 된다.’ (Benjamin, Walter, Das Passagen-Werk, BGS V, p.45.)
2.대표적인 현대 쇼핑몰의 전신은 17세기에 시작된 아케이드 공간입니다. 아케이드는 천장이 덮여 있는 거리 혹은 광장의 형태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사치품 판매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거리 양쪽으로 호화로운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그야말로 도시 속의 도시였습니다. 당시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던 도시의 길거리들과 달리 날씨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안전한 소비와 유흥을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19세기의 지성인들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내부가 된 아케이드에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파악하기 위해 아케이드를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쇼핑공간을 이해함으로써 도시를, 도시를 이해함으로써 쇼핑공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3.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플라뇌르(flaneur)라고 부르며 군중을 관찰하고 군중을 통해 도시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군중 이야말로 도시의 정수, 도시의 발명품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도시가 된 거대 공간, 거대한 쇼핑 공간의 주인은 개인이나 소수, 혹은 특정 집단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군중(Crowd)입니다. 도시 속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었던 군중은 건물이 도시가 되자 그 모습 그대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군중 속의 사람’을 보면 도시 속 군중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어느 날 문득 카페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군중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회사원, 사무원, 소매치기, 도박꾼, 신사, 소녀, 깡패, 미인, 환자, 노파, 매춘부와 주정뱅이… 관찰자가 바라본 군중은 마치 모든 색이 합쳐져 검정색이 된 것처럼 좀처럼 하나하나를 떼어낼 수 없는 다양하고 모호한 덩어리와 같습니다.
4.군중이 된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마저 마치 기계처럼 일관되게 관찰되었습니다. 19세기의 지성인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은 군중이 보여주는 이러한 기계적 행동을 ‘충격에 대한 하나의 반응’으로 해석합니다. 군중 속에서의 개인은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덩어리의 일부이며, 군중 전체는 운동성을 갖는 하나의 흐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5.아케이드와 같이 잘 정비된 도시 속 거리의 모습, 그리고 도시에서 도시로 흘러 들어온 군중의 모습은 현대의 쇼핑몰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관찰됩니다. 쇼핑몰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바로 군중 그 자체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 거대한 운동성을 어떻게 깨지 않고 그대로 받아드리고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군중은 그 자체로는 규정 불가능한 무리에 불과하지만 어느 순간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 빠른 속도로 와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쇼핑몰의 내부 공간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플라뇌르, 군중의 일부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개인이 드러나는, 혹은 관찰되는 공간을 가급적 배제하고 무의식적인 흐름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코엑스가 대부분 흰색과 거울로 인테리어 되어 있을 때에 비해 거울을 떼어내고 기둥마다 형형색색의 광고지를 발라 시선을 빼앗았을 때 방문자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V.E. with 홍준기.(2010).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 라움
M. Jeffery Hardwick.(2004). Mall Maker(Victor Gruen, Architecture of an American Dream).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Rem Koolhaas & Mau.B.(1995). S,M,L,XL. The Monacelli Press.
Chuihua Judy Chung, Jeffrey Inaba, Rem Koolhaas.(2001). Project on the cityⅡ Guide to Shopping.
Tascehn.
디자인스튜디오1 유영원 과장
쇼핑몰의 전신 ① 아케이드(Passage)와 군중 : 천장이 덮여 있는 도시
1.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이 생기기 이전까지의 쇼핑은 필연적으로 어떠한 장소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제 활동인 동시에 유사 이래로 인간 사회의 중요한 공공활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쇼핑의 장소는 이러한 거래의 행위가 한 장소에 집약되어 보다 폭 넓은 관찰 및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쇼핑 장소의 기원은 기원전 7,000년경의 차탈회위크(Çatalhöyük)의 도시 유적에서 발견된 장소의 흔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로 줄곧 (쇼핑을 위한 거대한 단일 공간이 탄생하기 전까지) 쇼핑 공간은 도시의, 광장과 거리의 일부분이었고 그 모습 그대로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아케이드는 사치품 판매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아케이드를 꾸미기 위해 예술은 상인들에게 봉사하게 되었다... 천장에서 빛을 받는 아케이드의 양측에는 극히 호화스러운 가게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 아케이드는 하나의 도시, 축소된 세계가 된다.’ (Benjamin, Walter, Das Passagen-Werk, BGS V, p.45.)
2.대표적인 현대 쇼핑몰의 전신은 17세기에 시작된 아케이드 공간입니다. 아케이드는 천장이 덮여 있는 거리 혹은 광장의 형태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사치품 판매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거리 양쪽으로 호화로운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그야말로 도시 속의 도시였습니다. 당시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던 도시의 길거리들과 달리 날씨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도 안전한 소비와 유흥을 즐길 수 있었던 아케이드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19세기의 지성인들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내부가 된 아케이드에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파악하기 위해 아케이드를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쇼핑공간을 이해함으로써 도시를, 도시를 이해함으로써 쇼핑공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3.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플라뇌르(flaneur)라고 부르며 군중을 관찰하고 군중을 통해 도시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군중 이야말로 도시의 정수, 도시의 발명품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도시가 된 거대 공간, 거대한 쇼핑 공간의 주인은 개인이나 소수, 혹은 특정 집단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군중(Crowd)입니다. 도시 속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었던 군중은 건물이 도시가 되자 그 모습 그대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군중 속의 사람’을 보면 도시 속 군중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어느 날 문득 카페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군중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회사원, 사무원, 소매치기, 도박꾼, 신사, 소녀, 깡패, 미인, 환자, 노파, 매춘부와 주정뱅이… 관찰자가 바라본 군중은 마치 모든 색이 합쳐져 검정색이 된 것처럼 좀처럼 하나하나를 떼어낼 수 없는 다양하고 모호한 덩어리와 같습니다.
4.군중이 된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마저 마치 기계처럼 일관되게 관찰되었습니다. 19세기의 지성인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은 군중이 보여주는 이러한 기계적 행동을 ‘충격에 대한 하나의 반응’으로 해석합니다. 군중 속에서의 개인은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덩어리의 일부이며, 군중 전체는 운동성을 갖는 하나의 흐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5.아케이드와 같이 잘 정비된 도시 속 거리의 모습, 그리고 도시에서 도시로 흘러 들어온 군중의 모습은 현대의 쇼핑몰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관찰됩니다. 쇼핑몰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바로 군중 그 자체입니다. 이 거대한 흐름, 거대한 운동성을 어떻게 깨지 않고 그대로 받아드리고 유지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군중은 그 자체로는 규정 불가능한 무리에 불과하지만 어느 순간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 빠른 속도로 와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쇼핑몰의 내부 공간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플라뇌르, 군중의 일부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개인이 드러나는, 혹은 관찰되는 공간을 가급적 배제하고 무의식적인 흐름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코엑스가 대부분 흰색과 거울로 인테리어 되어 있을 때에 비해 거울을 떼어내고 기둥마다 형형색색의 광고지를 발라 시선을 빼앗았을 때 방문자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V.E. with 홍준기.(2010). 발터 벤야민 모더니티와 도시. 라움
M. Jeffery Hardwick.(2004). Mall Maker(Victor Gruen, Architecture of an American Dream).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Rem Koolhaas & Mau.B.(1995). S,M,L,XL. The Monacelli Press.
Chuihua Judy Chung, Jeffrey Inaba, Rem Koolhaas.(2001). Project on the cityⅡ Guide to Shopping.
Tascehn.
디자인스튜디오1 유영원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