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얼마나 큰 건물을 세울 수 있을까(2)
-건물 높이, 일조권
2005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계간지에 눈길을 끄는 보고서가 게재되었다. 외모와 연봉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였는데 외모, 체중, 키 등의 요소 중 키가 연봉에 정비례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보다 키가 1인치 커질수록 연봉이 1.8%씩 높아진다고 한다. 사람의 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높이도 권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얼마전 유현준 교수가 한 티비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는데, 건물의 높이와 질량을 통해 계산된 위치에너지 값으로 만든사람이 지닌 권력의 척도를 표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롯데타워는 피라미드의 2.6배, 현대신사옥(건설중)은 피라미드의 8.9배로, 현대신사옥이 롯데타워의 3.4배에 달하는 위치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를 진행했던 2016년 6월 기준 현대의 시가총액이 정확히 롯데의 3.4배 였다고 한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법에서 지정된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는 없다. (라고는 하지만 일부의 높이 관련 법규에서 ‘협의를 통해 완화 할 수 있다’는 등의 예외 조항을 달아 놓아서 지정된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도 한다. 일례로 군에서 지정한 대공방어협조구역을 넘어서는 롯데타워나 현대신사옥 등의 초고층 빌딩들은 군부대와 협의를 통해 제한을 완화 받기도 한다.)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는 법규 중 실제 실무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은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제한’과 ‘용도지역(용적률, 건폐율)의 높이제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제한’은 ‘북측 일조 사선’이라고도 불리운다. 가끔 ‘해는 남쪽에서 뜨는데 왜 북측에서 일조권을 확보하죠?’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북측 일조 사선’은 내 땅의 일조권을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닌, 내 땅에서 북측에 위치한 땅의 일조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양보해 줘야 하는 ‘의무’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 법에서 지정하는 대로만 일조권 사선을 해석하면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 내가 법에 맞추어 최대한도의 건축물을 지을 권리가 있는 만큼, 대지 주변의 거주자 및 소유자들 또한 사법상으로(그리고 사회 통념적으로) 보장되는 최소한의 일조권을 지킬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예가 준주거지역에 건설된 고층 건물이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이다. 준주거지역에는 일조사선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북측대지의 일조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에서 말했듯이 사법상으로 보장되는 최소한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면 배상의 근거가 된다. 배상액은 일조권 침해로 인해 피해받은 세대의 부동산 가격 하락분에 대한 감정가가 적용되는데, 피해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경우에는 배상이 이루어지거나 설계변경이 이루어 지기 전까지 공사중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내 땅 안에서도 채광확보를 해야만 하는 법도 존재한다.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채광방향 일조권’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거주자를 위해 사방의 대지경계나 대지내 건물로부터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여 충분한 채광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변 대지의 일조권을 위해 북측 대지경계로부터 건물을 이격시켜야 하는 북측 일조 사선과는 다르게 공동주택 거주자의 일조권을 위해 주변 장애물로부터 거주공간을 이격시키는게 ‘채광방향 일조권’의 취지이다.
위의 일조권 관련 법규들처럼 거주자들의 헌법상 환경권을 보장해주는 높이제한 뿐만 아니라 도시적 요소들에 의한 높이제한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문화재 높이제한이다.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시/군/구에서는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문화재의 위치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특별시 하나뿐이다.(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그러하지만, 혹 문화제 높이제한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에서 문화재 사선의 영향으로 명물 아닌 명물이 되어버린 아파트가 있다. 송파구의 시티극동아파트의 101동은 단지옆에 위치한 풍납토성에 의해 특이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에 의해 대지경계로부터 앙각 27도(거리2:높이1) 기준으로 높이가 제한됨에 따라 아파트는 계단식으로 형성될 뻔했으나 옥상구조물로 사선을 디자인에 녹여 나름의 조형미를 살려냈다. 물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폐지된 도로사선을 대체하는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도로사선제한이 폐지된 배경에는 계단형 건물이나 뾰족한 모양의 건물을 양산해 도시미관을 해치거나 각 도시별 지역성을 흐리게하고 전국의 가로변 경관을 몰개성하게 한다는 지적이 자리했다. 즉,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은 각 거리별로 지자체의 도시계획 및 경관 계획에 따라 가로구역별로 높이를 지정하여 도시건축 환경의 개선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계획이 합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은 1999년에 제정되어 서울시의 테헤란로와 천호대로에 최초로 적용, 점차로 확대되어 오며 계속해서 논의와 개선을 거쳐 2015년 도로사선제한 폐지에 이르게 되었다.
김성진 팀장 l 경영기획본부 기획조정실
이 땅에 얼마나 큰 건물을 세울 수 있을까(2)
-건물 높이, 일조권
2005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계간지에 눈길을 끄는 보고서가 게재되었다. 외모와 연봉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였는데 외모, 체중, 키 등의 요소 중 키가 연봉에 정비례한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보다 키가 1인치 커질수록 연봉이 1.8%씩 높아진다고 한다. 사람의 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높이도 권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얼마전 유현준 교수가 한 티비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는데, 건물의 높이와 질량을 통해 계산된 위치에너지 값으로 만든사람이 지닌 권력의 척도를 표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롯데타워는 피라미드의 2.6배, 현대신사옥(건설중)은 피라미드의 8.9배로, 현대신사옥이 롯데타워의 3.4배에 달하는 위치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를 진행했던 2016년 6월 기준 현대의 시가총액이 정확히 롯데의 3.4배 였다고 한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법에서 지정된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는 없다. (라고는 하지만 일부의 높이 관련 법규에서 ‘협의를 통해 완화 할 수 있다’는 등의 예외 조항을 달아 놓아서 지정된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도 한다. 일례로 군에서 지정한 대공방어협조구역을 넘어서는 롯데타워나 현대신사옥 등의 초고층 빌딩들은 군부대와 협의를 통해 제한을 완화 받기도 한다.)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는 법규 중 실제 실무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은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제한’과 ‘용도지역(용적률, 건폐율)의 높이제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 ‘일조권 확보를 위한 높이제한’은 ‘북측 일조 사선’이라고도 불리운다. 가끔 ‘해는 남쪽에서 뜨는데 왜 북측에서 일조권을 확보하죠?’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북측 일조 사선’은 내 땅의 일조권을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닌, 내 땅에서 북측에 위치한 땅의 일조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양보해 줘야 하는 ‘의무’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 법에서 지정하는 대로만 일조권 사선을 해석하면 곤란에 빠질 수도 있다. 내가 법에 맞추어 최대한도의 건축물을 지을 권리가 있는 만큼, 대지 주변의 거주자 및 소유자들 또한 사법상으로(그리고 사회 통념적으로) 보장되는 최소한의 일조권을 지킬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예가 준주거지역에 건설된 고층 건물이 주변 건물의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이다. 준주거지역에는 일조사선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북측대지의 일조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에서 말했듯이 사법상으로 보장되는 최소한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면 배상의 근거가 된다. 배상액은 일조권 침해로 인해 피해받은 세대의 부동산 가격 하락분에 대한 감정가가 적용되는데, 피해금액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경우에는 배상이 이루어지거나 설계변경이 이루어 지기 전까지 공사중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내 땅 안에서도 채광확보를 해야만 하는 법도 존재한다.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채광방향 일조권’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거주자를 위해 사방의 대지경계나 대지내 건물로부터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여 충분한 채광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변 대지의 일조권을 위해 북측 대지경계로부터 건물을 이격시켜야 하는 북측 일조 사선과는 다르게 공동주택 거주자의 일조권을 위해 주변 장애물로부터 거주공간을 이격시키는게 ‘채광방향 일조권’의 취지이다.
위의 일조권 관련 법규들처럼 거주자들의 헌법상 환경권을 보장해주는 높이제한 뿐만 아니라 도시적 요소들에 의한 높이제한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문화재 높이제한이다.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시/군/구에서는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문화재의 위치에 따라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특별시 하나뿐이다.(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그러하지만, 혹 문화제 높이제한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서울시에서 문화재 사선의 영향으로 명물 아닌 명물이 되어버린 아파트가 있다. 송파구의 시티극동아파트의 101동은 단지옆에 위치한 풍납토성에 의해 특이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에 의해 대지경계로부터 앙각 27도(거리2:높이1) 기준으로 높이가 제한됨에 따라 아파트는 계단식으로 형성될 뻔했으나 옥상구조물로 사선을 디자인에 녹여 나름의 조형미를 살려냈다. 물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폐지된 도로사선을 대체하는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도로사선제한이 폐지된 배경에는 계단형 건물이나 뾰족한 모양의 건물을 양산해 도시미관을 해치거나 각 도시별 지역성을 흐리게하고 전국의 가로변 경관을 몰개성하게 한다는 지적이 자리했다. 즉,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은 각 거리별로 지자체의 도시계획 및 경관 계획에 따라 가로구역별로 높이를 지정하여 도시건축 환경의 개선에 목적이 있다. 이러한 계획이 합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가로구역별 높이 기준’은 1999년에 제정되어 서울시의 테헤란로와 천호대로에 최초로 적용, 점차로 확대되어 오며 계속해서 논의와 개선을 거쳐 2015년 도로사선제한 폐지에 이르게 되었다.
김성진 팀장 l 경영기획본부 기획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