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장소, 소비를 설계하다. (Gruen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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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빅터 그루엔(Victor Gruen)은 190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상점 디자인 일을 하던 중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당시 뉴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록펠러 센터, 크라이슬러 빌딩 등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거대한 마천루들로 뒤덮여 있었지만 정작 그루엔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과 도심 속 전원의 ‘센트럴파크’였습니다. 이 두 장소는 서로 정 반대의 장소로 보였지만 둘 다 그 어떤 곳보다도 군중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루엔은 이를 보고 이 두 가지의 상반되는 경험(Contradictory experiences)을 접목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군중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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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의 뉴욕박람회는 그루엔이 상상했던 다양하고 상반되는 경험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사람들을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만국박람회의 즐거운 경험, 브로드웨이와 같은 휘황찬란한 거리, 센트럴파크와 같은 자연 등을 모두 집약시킨 거대한 단일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이 공간은 다양한 볼거리가 집약되어 싫증날 겨를이 없는 거대한 쇼핑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956년 미국 미네소타주 이다이나에 세계 최초의 폐쇄형 쇼핑몰인 사우스데일 센터가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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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데일 센터는 건물 내부에 거리(Street), 혹은 광장(Court)이 있고 이를 따라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마치 작은 도시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7.3도로 쌀쌀한 지역이지만 에어컨을 통해 기온 조절이 가능하도록(사시사철 봄 날씨) 완전히 통제되었으며 쇼핑몰 내부에 삽입된 연못, 나무, 회전목마들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은 내부 공간의 답답함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도심 속 건물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이러한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들의 이접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놀고 즐기는 것까지 함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장소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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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은 군중에게 충실히 구경거리들을 제공했습니다. 사우스데일의 경우, 10월에 완공되었을 당시, 전체 상점의 수는 50개였지만 불과 2개월 만에 72개로 늘어났습니다. 인기 없는 것은 빠르게 도태되어 새로운 볼거리로 대체되었습니다. 사우스데일의 거리에선 매번 바뀌는 상점들과 상품들 뿐 아니라 TV쇼, 패션쇼 등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준비된 각종 다양한 일시적인 이벤트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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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엔은 상업적 성격의 공간은 충동구매를 목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공간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들로 계속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흡입하면 이성적인 방문자들도 더더욱 공간 안으로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기도 모르게 건물의 프로그램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장소’는 당연 쇼핑몰을, ‘프로그램’은 쇼핑을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쇼핑몰이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계속 쇼핑몰에 머무르며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그루엔 효과(Gruen Effect)라고 말하며 현대의 백화점과 쇼핑몰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쇼핑몰의 성격을 갖는 모든 장소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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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엔에게 있어서 쇼핑몰의 정수는 오로지 내부의 거리, 혹은 코트 공간입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쇼핑몰의 외부가 하나같이 따분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내부의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다양한 상점들, 분수대와 수많은 조각들, 다양한 양식들과 형형색색의 색깔들과 식재들. 쇼핑몰의 모든 생명과 분위기는 쇼핑몰 내부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7
결국 쇼핑몰 공간의 핵심은 공간을 이루는 껍질이 아닌 군중을 끌어들이는 속성입니다. 쇼핑몰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부이며 그 내부는 도시 안의 도시의 모습이 되어 건축을 도시로, 도시를 건축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수평적인 마천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영원 팀장 I 디자인스튜디오 1
사랑받는 장소, 소비를 설계하다. (Gruen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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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빅터 그루엔(Victor Gruen)은 190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상점 디자인 일을 하던 중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당시 뉴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록펠러 센터, 크라이슬러 빌딩 등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거대한 마천루들로 뒤덮여 있었지만 정작 그루엔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과 도심 속 전원의 ‘센트럴파크’였습니다. 이 두 장소는 서로 정 반대의 장소로 보였지만 둘 다 그 어떤 곳보다도 군중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루엔은 이를 보고 이 두 가지의 상반되는 경험(Contradictory experiences)을 접목시키고 싶어했습니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군중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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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의 뉴욕박람회는 그루엔이 상상했던 다양하고 상반되는 경험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사람들을 얼마나 즐겁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만국박람회의 즐거운 경험, 브로드웨이와 같은 휘황찬란한 거리, 센트럴파크와 같은 자연 등을 모두 집약시킨 거대한 단일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이 공간은 다양한 볼거리가 집약되어 싫증날 겨를이 없는 거대한 쇼핑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1956년 미국 미네소타주 이다이나에 세계 최초의 폐쇄형 쇼핑몰인 사우스데일 센터가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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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데일 센터는 건물 내부에 거리(Street), 혹은 광장(Court)이 있고 이를 따라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마치 작은 도시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7.3도로 쌀쌀한 지역이지만 에어컨을 통해 기온 조절이 가능하도록(사시사철 봄 날씨) 완전히 통제되었으며 쇼핑몰 내부에 삽입된 연못, 나무, 회전목마들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은 내부 공간의 답답함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도심 속 건물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이러한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들의 이접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놀고 즐기는 것까지 함께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장소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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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은 군중에게 충실히 구경거리들을 제공했습니다. 사우스데일의 경우, 10월에 완공되었을 당시, 전체 상점의 수는 50개였지만 불과 2개월 만에 72개로 늘어났습니다. 인기 없는 것은 빠르게 도태되어 새로운 볼거리로 대체되었습니다. 사우스데일의 거리에선 매번 바뀌는 상점들과 상품들 뿐 아니라 TV쇼, 패션쇼 등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준비된 각종 다양한 일시적인 이벤트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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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엔은 상업적 성격의 공간은 충동구매를 목적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떠한 공간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들로 계속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흡입하면 이성적인 방문자들도 더더욱 공간 안으로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기도 모르게 건물의 프로그램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장소’는 당연 쇼핑몰을, ‘프로그램’은 쇼핑을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쇼핑몰이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계속 쇼핑몰에 머무르며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그루엔 효과(Gruen Effect)라고 말하며 현대의 백화점과 쇼핑몰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쇼핑몰의 성격을 갖는 모든 장소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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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엔에게 있어서 쇼핑몰의 정수는 오로지 내부의 거리, 혹은 코트 공간입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쇼핑몰의 외부가 하나같이 따분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내부의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다양한 상점들, 분수대와 수많은 조각들, 다양한 양식들과 형형색색의 색깔들과 식재들. 쇼핑몰의 모든 생명과 분위기는 쇼핑몰 내부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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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쇼핑몰 공간의 핵심은 공간을 이루는 껍질이 아닌 군중을 끌어들이는 속성입니다. 쇼핑몰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부이며 그 내부는 도시 안의 도시의 모습이 되어 건축을 도시로, 도시를 건축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수평적인 마천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영원 팀장 I 디자인스튜디오 1